2026년 5월, 런던에서 열린 Anthropic의 개발자 행사 'Code with Claude'. 그 자리에서 목격된 장면 하나가 저를 멈추게 했습니다. 절반 가까운 개발자들이 자신이 한 줄도 읽지 않은 코드를 이미 프로덕션에 올리고 있었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처음엔 과장이겠거니 했어요. AI가 코드를 쓴다는 건 이미 몇 년째 들어온 이야기니까요. 그런데 이건 차원이 달랐습니다. '도움을 받는다'가 아니라 '맡긴다'는 얘기였고, 심지어 맡긴 결과물을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는 얘기였으니까요. 이 글에서는 MIT Technology Review가 직접 취재한 Code with Claude 행사의 현장 분위기와, 그 안에서 드러난 AI 코딩의 현재와 불안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2026년 5월 19일, 런던에서 열린 Anthropic의 'Code with Claude' 행사. 이 날은 공교롭게도 구글의 I/O가 열린 날과 같았습니다. (Anthropic 직원들은 "우연이지, 견제가 아니다"라고 손을 저었다고 하더군요. 웃음이 나왔습니다.)
행사 메인 스테이지에서 Anthropic 엔지니어 Jeremy Hadfield가 청중에게 물었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Claude가 완전히 작성한 풀 리퀘스트를 실제로 배포한 분 손 들어보세요."
→ 꽉 찬 객석의 절반 가까이 손이 올라갔습니다.
풀 리퀘스트(Pull Request)는 기존 소프트웨어에 수정이나 업데이트를 제출하는 단위입니다. 쉽게 말해, 개발자가 매일 밥 먹듯 하는 핵심 작업이죠. 그런데 그걸 AI가 통째로 쓴 겁니다. 그리고 다음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그 중에서, 코드를 전혀 읽지 않고 배포한 분은요?"
→ 객석에 긴장한 웃음이 번졌습니다. 그리고 손은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꽤 오래 멈췄어요. 코드를 한 줄도 읽지 않고 배포한다는 건, 단순히 도구를 쓰는 게 아니라 판단 자체를 위임하는 거니까요.
Anthropic은 이 흐름을 더 밀어붙이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습니다. 단순히 AI가 코드를 생성하고 인간이 검토·수정하는 단계에서 더 나아가, Claude 스스로 자신의 코드를 검토하고 수정하게 만들겠다는 겁니다.
이 말의 의미는 큽니다. 에러 메시지가 떴을 때 개발자가 보기도 전에, Claude가 스스로 테스트하고 수정하고 다시 테스트하는 루프를 돌린다는 뜻이니까요. Anthropic 엔지니어 Ravi Trivedi는 이걸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핵심 원칙은 Claude가 일할 수 있도록 비켜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냥 놔두고 요리하게 해.'"
'Anthropic이 만든 소프트웨어의 대부분은 이제 Claude가 작성하고 있다'는 발언도 나왔습니다. Claude Code 자체의 코드 상당 부분도 Claude가 썼다고 하니, 이미 AI가 AI를 만드는 구조가 현실이 된 셈입니다.
행사에서 공개된 신기능 중 가장 흥미로운 건 Anthropic이 '드리밍(Dreaming)'이라고 부르는 시스템이었습니다.
| 단계 | 드리밍의 작동 방식 |
|---|---|
| 메모 생성 | Claude Code 에이전트가 특정 작업을 수행하면서 유용한 정보를 스스로 기록·저장 |
| 정보 전달 | 이후 같은 코드베이스를 작업하는 다른 에이전트가 이 메모를 읽어 빠르게 맥락 파악 |
| 패턴 학습 | 드리밍 시스템이 여러 메모를 종합해 반복되는 패턴·공통 오류를 식별 |
| 성능 향상 | 특정 코드베이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며 점점 정확한 작업 수행 |
쉽게 말하면, AI가 자기가 한 일을 일기처럼 기록해두고, 다음 AI가 그걸 읽고 더 잘하는 구조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온보딩 문서 + 실수 기록집'을 AI끼리 공유하는 셈이죠. 장기적으로는 특정 프로젝트에 특화된 지식을 축적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Code with Claude는 단순한 제품 발표회가 아니었습니다. Spotify, Delivery Hero, Lovable, Base44, Monday.com 등 실제로 Claude Code를 중심으로 개발팀을 재편한 기업들이 줄줄이 등장해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행사장 안에서는 불안의 기색이 없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모든 이들이 이 흐름에 올라타고 싶어 했다고 MIT Tech Review는 전합니다. 그러나 행사장 밖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습니다.
행사 바깥, Reddit과 Hacker News 같은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 우려가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MIT Tech Review는 Anthropic의 Claude 엔지니어링 리드 Katelyn Lesse와 Claude 제품 리드 Angela Jiang을 직접 만나 이 우려들을 전달했습니다. Lesse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기존 소프트웨어 개발의 모범 사례들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많은 팀과 개발자들이 이 순간에 그것들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아요."
— Katelyn Lesse, Claude 엔지니어링 리드
그러면서도 그는 "Anthropic 내부의 기술 관리자들도 팀이 쏟아내는 방대한 코드 양을 따라가느라 지쳐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자동화가 빨라질수록, 그걸 관리하는 사람의 부담도 커진다는 역설이죠.
Lesse는 현재 Claude의 수준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지금 Claude는 아마 미들급 엔지니어 수준으로 코드를 잘 씁니다." 다만, 시스템 설계나 복잡한 문제 해결에는 여전히 숙련된 인간 엔지니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Angela Jiang은 Anthropic이 궁극적으로 도달하려는 목표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우리가 도달하려는 최종 상태는, Claude가 기본적으로 스스로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 Angela Jiang, Claude 제품 리드
AI가 AI를 만든다. 이미 현재 진행형인 이 이야기에서, 개발자의 역할은 '코드를 쓰는 사람'에서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고 판단하는 사람'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신가요?
Code with Claude 행사장의 분위기가 '열광'이었다면, 커뮤니티의 분위기는 '불안 섞인 수용'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둘 다 맞는 반응일지도 모릅니다. 변화는 이미 왔고, 속도는 더 빨라질 겁니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내가 무엇을 놓지 않을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 아닐까요.